[희망 논평] 청소년 범죄, 소년법 폐지만이 답은 아니다.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폭행 사건, 무면허 여고생 교통사고가 연달아 보도되면서, 소년법 개정과 폐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청원게시판의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과 소년법 폐지 청원에 각각 26만 7천여 명, 11만 9천여 명이 참여했다. 문맥상으로 보아 청소년보호법 또한 소년법 폐지의 취지로 올라간 것으로 보여 진다. “소년법을 폐지해야 자기가 잘못한 줄 알지”, “0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해야 해!”, “소년법 악용하는 거야. 콩밥 먹어야 해” 쏟아지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며 분노와 피해 청소년에 대한 격려에 공감하는 한편, 걱정되기도 했다. 과연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이, 가해 청소년이 소년원이 아닌 교도소로 가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일까?

소년법을 폐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형법으로 죄의 무게만큼 벌을 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툭하면 성 범죄자, 정치·경제계에 있는 갑들에겐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솜방망이로 처벌하기 일쑤다. 그리고 경찰에 대한 신뢰도 또한 문제다. 집단 따돌림, 폭행사건이 있어도 가벼운 문제로 받아들이거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청소년도 많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소년법을 폐지한다면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실제 무엇인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소년원은 실제 어떤지, 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 범죄를 두고 청소년을 교화의 대상,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책을 같이 찾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 봐야한다.

이러한 폭행사건의 원인은 ‘가해자 개인’만은 아니다. 이건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소년법 폐지로 그 죄 값을 소년범에게 모두 물리는 것은 사회의 책임 회피다. 12년의 교육과정에선 경쟁과 성공만을 가르친다. TV를 틀면, 힘이 있는 갑은 죄를 짓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 죄 값을 치르지도 않는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러한데 14살 여중생의 그 행동이 어떻게 그 개인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나.

피해 청소년에겐 이전처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가해 청소년에게도 진정한 뉘우침과 사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상담,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반시설은 얼마나 마련되어 있을까. 실제로 교화를 위한 시설과 인력도 부족하다. 전국 11개의 소년원에서 총 1,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실제 수용인원은 6월 기준 1,498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원 수용 기간을 늘리기도 어렵고 임시처분으로 조기에 출소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수용기간을 늘려 교화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소년범은 약 130여명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청소년 범죄를 자극적으로 기사화하는 언론 또한 부끄러워 할 일이다. 원래도 폭행 범죄는 계속 있었고, 실제로 소년사범은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폭력범죄 검거 현황은 2012년 3만 6,030명 – 2016년 2만 1,803명으로 약 39.4% 감소했다. 이런 내용은 쏙 빼놓고 청소년 범죄의 잔인함만을 강조해, 독자들에게 분노감만을 전달하는 건 사회의 발전을 도모해야할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다. 소년법의 취지를 살려, 교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강화해야 한다. 진정 피해 청소년의 고통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한다면, 다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몫을 다해야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