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 및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08.10ⓒ김철수 기자
최근 일제 강제징용 판결에 경제보복으로 대응하고 아직까지 과거사에 대한 사과조차 없는 일본 아베 정부에 분노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10일 오후 4시 일본대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주최로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및 청소년 행진’이 열렸다. 이들은 선언문을 낭독한 뒤 이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
윤미연 희망 사무국장은 이번 청소년 1000인 선언은 지난 8일 희망이 제안한지 불과 이틀 만에 전국 청소년 1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청소년문화예술센터, 청소년행동 등 단체에서도 함께 했으며 희망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동참한 학생들이 6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윤 국장은 “1000인 선언을 진행하며 아베에게 한 마디를 담아달라고 요청을 드렸는데, 정말 주옥같은 말씀들이 많았다. 청소년들이 굉장히 분노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청소년들의 말을 전했다.
청소년들은 ‘역사를 잊는 국가에 미래는 없습니다’, ‘정말로 양심이 있다면 자신들의 과오를 되새기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십시오’, ‘아베 이제 정신차릴 때도 되지 않았냐’, ‘아베 정부 많이 일하고 적게 버세요’ 등 저마다 아베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남기며 아베 정부 규탄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 본격적인 선언에 앞서 “우리의 목소리를 일본 아베 정부가 꼭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 가면을 쓴 학생이 손에 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경제보복’ 등 2개의 카드를 들었고, 이를 ‘청소년 1000인 평화를 지키는 가위’를 손에 든 학생이 절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아베 가면을 쓴 학생은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그 앞에서 “경제전쟁 일으키는 아베정부 꺼져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금 당장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 및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베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8.10ⓒ김철수 기자
1000명의 청소년들은 선언문을 통해 “일본은 36년의 일제 강점기 동안 저질렀던 만행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았다”며 “사과는커녕 일본 아베정부는 반도체 주요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이어가며 비겁한 ‘경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두고 “2016년 박근혜 정권 말기,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체결됐다”며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확장시켜주는 굴욕적인 군사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금 당장 사과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또 우리 정부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압구정고등학교 2학년 유민서 양은 최근 아베의 경제보복이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는 씻어내지 못하는 아픔을 겪으셨는데, 배상뿐만 아니라 무릎을 꿇고 사과해도 모자란 판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께 진심어린 사과조차도 못한 판에,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은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대전 특성화고 3학년 권해영 양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두고 “협정 체결 당시 한국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국민이 촛불시위를 벌이던 불안정한 시기였다. 반대여론이 넘쳤으나 박근혜 정권은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며 지소미아를 ‘태생부터 박근혜 정권의 군사적폐’라고 평가한 언론 기사를 인용했다.
권 양은 이어 “(우리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 보복성으로 지소미아를 파기시키겠다니,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이 보복성 대응책은 유치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다”며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을 여태껏 유지하다가 이제 와서 보복성으로 이용하려는 현 정부가 답답하다”고 지적하며 지소미아를 폐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혜성여고 1학년 정다은 양은 “생존하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분들이 스무 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도대체 언제까지 일본군 성노예제 할머니들과 강제징용을 당하신 분들은 사죄를 못 받고 돌아가셔야 합니까”라며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 양은 최근 영화 ‘김복동’을 관람했다며 “진짜 너무하다고, 우리나라한테 왜 이러냐고, 도대체 언제 사과하냐, 얼마나 더 돌아가셔야 사과할거냐. 영화를 보고 나와 길거리에서 울면서 했던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증인이고 우리 모두가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운영위원인 정태현 군은 “전국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뜻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며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앞으로도 우리사회의 평화와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 및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08.10ⓒ김철수 기자
1000인 선언문을 낭독한 청소년들은 시민들에게 직접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행진에 나섰다. 일본대사관에서 출발해 북인사마당, 인사동거리, 종로구청 등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분노했다. NO 아베’, ‘경제전쟁 일으키는 아베정부 규탄한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주말을 맞아 붐비는 인사동 거리와 광화문 주변을 걸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 검은 색 옛날 교복을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일제식민지 시절 일본 남학생의 한국 여학생 희롱으로 불거져 학생들이 중심이 됐던 항일운동인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다.
시민들은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는 등으로 호응했다. 아예 함께 걸으며 동참하는 가족도 있었다. 40대 부부와 각 초등학교 5학년, 6학년인 남매는 ‘NO 아베’가 적힌 손 피켓을 쥐고 행진 대열에 자리를 잡았다. 40대 여성 이모씨는 “울산에서 올라왔다가 우연히 (행진을) 보고,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마음에 공감했다”며 “아이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같이 걷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들은 이날 선언 및 행진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오후 7시 일본대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진행되는 아베규탄 시민행동 촛불 문화제에 합류한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 및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08.10ⓒ김철수 기자
원본 – https://www.vop.co.kr/A000014272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