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항일학생운동’ 교복 입은 청소년들 “아베정부 규탄”
-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 2019-08-10 17:58
“일제강점기 만행 반성은커녕 경제전쟁 일으켜”
보수단체들 “문재인 반일 선동에 속지 말자” 집회도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 및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베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일본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 대상국)에서 배제한 가운데 청소년들이 90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항일운동을 연상케 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10일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청소년 1000명이 서명한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서 청소년들은 “일본은 36년간 일제강점기 만행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은커녕 비겁한 경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지금 당장 일본군 성노예(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일본과 군사기밀을 나눌 수 없다”며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즉각 파기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 나온 학생들의 머리색은 탈색한 노랑·파랑 등으로 개성이 묻어났지만, 복장은 일제강점기 고등보통학교에서 입던 흰저고리·검정치마, 검은망토·베레모 교복 차림이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 당시 투쟁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광주항일학생운동은 1929년 11월 광주 지역의 학생들이 주동해 일으킨 항일독립만세운동이다.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만세운동으로 불린다.
집회에서 발언한 최민경(18) 학생은 “제 또래이거나 그보다 어린 친구들이 일본군에 끌려가면서 느꼈을 공포와 그 이후 성노예라는 꼬리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진실된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운영위원인 정태현(18) 학생은 “전국의 많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와 한국에 대한 존중을 바라고 있다”며 “특히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과 이 행사를 함께 준비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행사가 끝난 후 저녁 6시부터는 민주노총, 정의기억연대, 한국YMCA, 한국진보연대 등 700여 단체가 함께하는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의 4차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
한편 이날 낮부터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도 진행됐다.
최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아베에게 사죄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이날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도 ‘문재인 반일 선동에 속지 말자’, ‘반일 반대’, ‘나는 자유문명 친일이다, Oh Yes Japan’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소속 조영택(74)씨는 “보수라고 해서 다 ‘반일 촛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전체가 아닌 아베 타도를 외치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